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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호] 대자보와 손편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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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대학가 건물과 게시판에는 대자보가 빼곡했다. 학생들이 일일이 손으로 써 붙인 대자보는 독재 정권 규탄, 사회 풍자, 학생운동의 이념 논쟁 등 시국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공안당국의 검열 때문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이 대자보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전해졌고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처럼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에는 대자보가 노동조합의 유력한 선전 수단으로 등장했다.

 

저마다 다른 내용과 글씨체만큼이나 다양하고 다채로운 내용으로 한 시대를 휩쓸었던 대자보는 90년대 이후 학생운동이 퇴조하면서 눈에 띄게 줄었다. 노동조합의 게시판도 직접 쓴 글씨를 대신해 인쇄된 포스터나 단정하게 복사한 전지 크기 대자보가 자리 잡았다. 박근혜정부 초기에 고려대에서 어느 학생이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직접 쓴 대자보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후 대자보 열풍이 반짝 부활하기도 했다.

 

지난 3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정 곳곳에는 여러 사람들이 직접 공들여 쓴 대자보가 나붙었다. 매직펜으로 쓴 대자보도 참 오랜 만이었지만 그 절실한 내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대자보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해고는 살인이다.’ 대자보의 첫 문구는 그렇게 시작했다.

 

1년 전 KAIST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결성했는데 지난 228KAIST 학교 측은 노조 간부 2명을 계약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해고(계약해지)한 것이다.

 

두 해고자 중에서 한 사람은 여성이다. KAIST 신소재공학과에서 21년간 연구장비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했다. 작년 여름 출산 휴가를 시작으로 팀장은 6개월 계약을 강요했고 그것은 4개월, 2개월씩 쪼개기 계약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지난 2월에는 전일제 계약을 시간제로 바꾸는 것에 동의하라고 요구했고 그것을 거부하자 곧바로 해고했다. 부당해고에 반발해 사무실로 출근하자 학교 측은 사무실 문과 컴퓨터 비밀 번호를 변경하고 문을 잠가 버렸다.

 

KAIST의 또 다른 비정규직 해고자는 박사 연구원이다. 2016년부터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에서 연구원 운영 사업에 참여했고 올해에도 팀 내 대부분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228일로 계약기간이 끝난 15명의 기간제 노동자 중에서 유일하게 재계약을 거부당했다.

 

그는 자신이 해고된다는 사실을 불과 1주일 전에 통보받았다. 노조활동을 시작하자 연구원장은 부팀장직을 사퇴하든지 노조를 탈퇴하라고 요구했는데 그것에 응하지 않자 해고한 것으로 보인다. 해고 이후 그가 출근하자 학교 측은 책상을 바로 빼버렸다.

 

대자보에 담긴 사연은 계속된다. 이렇게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인 KAIST 비정규직 노동자가 1200명에 이르고 있다. 교수들의 전횡과 해고 위협 속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숨죽이며 일하고 있다. 계약기간이 끝나 다른 부서로

 

 

이동할 경우 사직서를 제출해야 하고 출산휴가를 가서도 교수가 요구하는 일을 계속 하기도 한다. 이것이 석학들이 모여 있다는 KAIST의 공공연한 현실이다.

 

해고 직후 극심한 충격에 빠져있던 해고자들은 기운을 차리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싸우고 있다. KAIST 비정규직 노조가 동병상련으로 함께 싸운다. 대자보를 붙인 지 한 달이 다 됐지만 KAIST 총장은 해당 부서의 일이라며 눈을 감고 있다. 그래도 비정규직 노조는 포기하지 않는다. 대자보에 이어 노조 간부들이 간절한 마음을 모아 손편지를 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하는 인권 유린, 쪼개기 계약, 부당 해고 등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일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글로 써서 세상으로 내보낸다.

 

44일은 KAIST 비정규직 노조가 탄생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대자보가 KAIST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세상을 향해 외치는 절규였다면 손편지는 세상 밖으로 날아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바치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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