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호] 민주노총 / 창구단일화 강제는 원·하청 교섭 무력화 시도이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5-1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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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4일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원청 사업자-하청 노조 간 교섭에도 적용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자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법리적으로 틀린 해석을 기반으로 한 시행령일 뿐만 아니라, 시행령을 실제 적용하는 경우 현장 혼란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에는 넓어진 사용자 개념에 기초해서 원청을 기준으로 하나의 사업장을 판단해야 한다는 해석이 묻어난다. 여러 개의 하청사업장 노조를 묶어 창구단일화를 유도하는 시행령도 이 해석의 연장선이다. 문제는 노조법상 창구단일화 조항의 기준은 사용자가 아니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는 지점이다.
창구단일화 조항을 적용하는 게 맞지 않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과)는 “개정 노조법에 따른 사용자 개념 확대와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이 되는 하나의 사업(장)은 별개의 문제”라며 “기업 내 노사관계를 전제한 현행 창구 단일화 제도를 (시행령 개정안대로) 적용하는 것은 법 해석 차원에서 오류가 있다”고 했다.
원청 사업자-하청 노조 교섭 문제는 교섭창구 단일화가 아니라 사용자성 인정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창구단일화는 노조법 개정을 이끌었던 중앙노동위원회의 2021년 CJ대한통운 판정, 2022년 현대제철 판정처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나의 사업장에서 여러 개의 노조가 존재할 경우에만 창구단일화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에서 과도하게 새 의무를 부담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정안은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단위를 분리한 뒤, 하청 노조들끼리 또다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노조법에서 규정한 절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법의 위임이 없이 과도하게 새로운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라며 “창구단일화 제도를 더 강화하려는 취지라 우려스럽다”고 했다.
현실적으로는 하청 노조들끼리의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게 하면서 노사관계가 더 복잡해지고, 교섭이 지연돼 교섭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창구단일화 절차는 노조가 사용자에 교섭요구를 하면서 시작된다.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공고를 하고, 공고 기간에 다른 노조들이 이를 보고 교섭을 요구하면 교섭요구 사실공고와 교섭요구 노조 확정공고를 한다. 이후 교섭을 요구한 노조끼리 창구단일화를 거쳐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한다.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공고와 교섭요구 노조 확정공고를 했을 때 다른 하청 노조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노동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되는 절차를 거친다.
문제는 이의를 제기할 때마다 교섭 절차가 멈춘다는 것이다. 하청 노조가 원청의 공고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 신청을 하면, 절차는 정지된다. 원청 아래에 많은 하청 노조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절차가 한없이 지연되는 구조다. 노동위원회가 하청 노조의 원청사용자성을 계속해서 확인하면서 교섭이 계속 늘어질 가능성도 있다. 박은정 교수는 “결과적으로 교섭이 무한정 지연돼 사용자성 개념 확대에 따른 효과가 무의미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정부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 중 한 가지라도 인정되면 곧바로 사용자로 판단하기 때문에 판단은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에서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데에 20일이라는 시간이 짧지 않느냐”는 질문에 “사용자성 판단 기준 중 어느 하나라도 인정이 되면 곧바로 사용자로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20일 기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예컨대 산업안전과 관련해 원청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이 형성된다고 판단하면 즉시 사용자로 인정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교섭이 시작하면 임의 교섭의제들은 노사 자율로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사용자가 원청의 정규직 노조들이 새로 들어온 교섭단위 분리를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원래 교섭단위 분리는 엄격하게 이뤄졌지만, 이번 시행령에서 교섭단위 분리 사유를 구체적으로 늘린 만큼 이를 활용해 교섭단위 분리를 시도하는 사업장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경우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형해화될 수 있다.
정부는 법원에서도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장관은 “우려를 제기할 수 있지만, 직접고용관계가 있는 원청 노조의 경우 법원에서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고 했다.
교섭 성사 여부가 노동위원회에서 주로 갈리는 만큼 교섭에서 행정부의 통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정부가 바뀔 때마다 판단이 달라져 원청 사업자-하청 노조 간 교섭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김 장관은 “원청과 하청은 시행령이 아니라 법으로도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정부의 성격에 따라 (교섭을) 해주고 안 해줄 문제는 아니라고 보인다”며 “원·하청은 근로조건의 차이나 관행 등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분리될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직접고용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12월 10일(수)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개정 노조법 무력화 저지! 시행령 폐기! 원청교섭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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