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호] “갑질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소서”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18-0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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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소서”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손진기 노동자 60일 만에 장례
12월 29일 오전 7시 대구시 한국패션센터에서 우리 노조 한국패션연구원지부 고(故) 손진기 조합원의 노제가 열렸다. 장례식은 손진기 조합원이 자결한 지 60일 만이다.
고인의 아들 손모 씨는 노제 중 아버지 영정사진 앞에서 “친구 같은 아버지. 사랑하는 아버지. 지금도 많이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보내드립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정리되지 않은 일들이 있지만 아버지를 보내고 해결하겠다”며 “검찰 조사 중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과제가 여전하니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김준규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은 “사회적 타살에 대해서 진상을 밝히고, 명예회복을 위해 오늘까지 60일이 됐다. 고인이 영면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좀 바뀔 수 있도록 고인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말했다.
박경욱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지부장은 “당신을 보내드리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며 “돌아가신 지 두 달간 억울함을 달래기 위한 진상규명 과정은 냉혹한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풀지 못한 한은 남은 이들의 몫으로 두고 가야 한다”면서 “갑질하지 않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라”며 영면을 기원했다.
참석자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 국화꽃을 헌화한 뒤 묵념을 하고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노제 후에는 수성구 명복공원에서 화장한 뒤 경북 예천군 용문면 장지에 고인의 유골을 안장했다.
노제는 손진기 노동자 사망 진상규명 지역대책위 동지들과 전국공공운수노조 박배일 수석부위원장, 민주노총 대구본부 임원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40분가량 진행됐다.
앞서 오전 6시 30분 배성병원서 열린 발인식에는 유족과 우리 노조 간부, 지역 동지 등 4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애도했다.
손진기 조합원은 전직 기자 김강석 씨의 갑질 기사, 대구시와 사측의 수수방관, 외압 의혹 등으로 유서 형식의 문자 메시지와 A4 문서 등을 남기고 지난 해 10월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 노조와 유족은 고인의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전까지 장례를 무기한 연기했다.
그러나 사측이 고인의 명예회복 방안에 대해 책임회피로 일관해 장례가 계속 미뤄지다가 26일 노사 합의에 이르렀다. 주요 노사 합의 내용은 △고인에 대한 명예 수석행정원 추서·공로패 수여 △노사 공동명의의 장례 진행 △고인에 대한 산업재해 신청에 대해 사측의 적극적 협조 △사측의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유감 표명 △유족에게 도의적 차원의 위로금 전달 △향후 어떠한 법적·행정적·도의적 추가책임을 묻지 않는다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