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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호] 참가기/ 제주 4.3 기억의 땅으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8-04-05

본문

제주 4.3 기억의 땅으로 


아직 제 이름을 찾지 못한 제주 4.3항쟁. 누군가에는 이른바 빨갱이들의 폭동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대규모 양민 학살로도 불리는 그 기억의 땅에 다녀왔다.

 

4.3 평화공원에서 시작된 역사기행은 당시 제주도민들이 오름을 오르고 동굴로 숨으며 실체를 알 수 없는 공포 속에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 시간들을 따라갔다. 나는 1947년 제주 3.1절 기념식에 참석하다 총에 맞은 시위대가 되기도 하고, 산간 마을에서 평화롭게 아이를 돌보다 토벌대의 습격을 받은 아낙이 되기도 하면서 그 여정을 함께했다.

 

그러면서 계속 되물었다. 해방 이후 당연히 따라올 것으로 믿었던 통일을 외친 대가로 학살을 받은 이 엄청난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 역사를 보면 인간이기에 가져야 할 지극히 당연한 권리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탄압받은 수많은 민중과 노동자들이 존재했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주장하며 몸에 불을 붙인 전태일 열사부터 해고자 복직 약속을 지키지 않는 회사에 저항하며 단식으로 투쟁하는 김득중 쌍용자동차지부장까지 우리의 항쟁은 계속 진행 중이다. 총구 대신 자본의 협박이 우리를 겨누고 있을 뿐.

 

쉬이 끝나지 않을 이 항쟁에서 우리는 노동자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 맞서고, 제주를 레드아일랜드로 낙인찍었듯 정규직 중심의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으로 노동운동을 가두는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연대의 힘으로 버티며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더운 날씨에도 긴 시간 제주시청 앞 노동자대회에서 4.3정신의 계승을 외쳤던 공공운수노조 동지들을 기억하며, 우리의 외침이 변화의 큰 울림으로 이어지길 바래본다.

 

주민경(한국노동연구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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