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무단 수집 거부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회원의 이메일 주소를 보호합니다.

본 웹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는 이메일 주소의 수집을 거부하며, 자동으로 이메일 주소를 수집하는 프로그램이나 그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이메일 주소를 수집할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 50조의 2와 제 65조의 2에 따라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성명/보도
참여광장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371호] 위원장 칼럼 / 실험실 용역 > 주간소식

[371호] 위원장 칼럼 / 실험실 용역 > 주간소식
본문 바로가기

소식마당
홈 > 소식마당 > 주간소식


주간소식 목록 공유하기

[371호] 위원장 칼럼 / 실험실 용역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9-06-27

본문

내 자리를 지키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자리를 지키고 함께 살고 싶어서, 그리고 실험실을 지키고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도 잘 되었으면,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같이 잘 살아보자고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누구에게는 갑질하는 언니가 되어 있고 누구에게는 말 안 듣고 눈 밖에 난 직원이 되어 있고, 그냥 사람답게 살자 같이 잘 살아보자 그 얘기하면서 내 자리 지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세상인지 몰랐습니다.”

 

약볕 아래 집회가 열렸다.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어느 여성 노동자가 눈물을 쏟아내며 절규했다. 절절한 사연 앞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모두 숙연해졌다. 일터가 다르고 저마다 하는 일은 조금씩 달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몇 마디만 듣고도 서로의 처지를 바로 이해한다. 눈물은 눈물로, 분노는 분노로, 즉각 응답한다.

 

이 날 집회에서 연설한 사람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실험실 용역 노동자였다. 가장 크고 번듯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반도체 실험실에서 일하는데 정규직이 아니라 용역 노동자라니, 일반인들은 어리둥절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것은 사실이다. 반도체 성공 신화의 주역이라고 자랑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는 시설운영, 실리콘, 시험분석, 화합물, 유지보수 등 5개 팀으로 구성된 47명의 용역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평균 12, 길게는 26년 동안 일했지만 한 순간도 연구소 직원이 아니었다. 인력관리업체와 1-2년씩 짧은 근로계약을 맺고, 심지어 자신들이 소속된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일만 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업체는 떠나고 또 다른 업체의 직원이 되어 같은 일을 반복했다. 장비를 운영하고 각종 실험을 수행하며 실험실 안전관리까지 모두 담당했다. 실험실 공사를 할 때는 공사 업체를 알아보고 도면을 그리고 견적과 시방서까지 작성하는 등 사실상 정규직 업무까지 도맡아 했다.

 

재작년 720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을 때 실험실 용역 노동자들도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다. 노사 전문가 협의회에서도 처음에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연구소 측이 곧 입장을 바꾸었다. 실험실 용역은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심지어 예산 사정이 좋지 않다며 실험실 규모를 줄이고 인원을 줄이겠다고 했다.

 

실험실 용역 노동자들의 고용 계약은 지난 1월 말에 이미 끝났다. 3개월씩 두 번 연장 계약하여 7월 말에는 그마저 끝이다. 연구소 측은 실험실 용역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에 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앞으로 3년간 용역계약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당사자들은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노동자들을 개별적으로 회유하고 압박하면서 각 팀별로 의사를 묻고 투표를 강행했다.

 

정규직 전환은 고사하고, 당장 7월 말에 해고될 것이냐 3년 후에 해고될 것이냐 하는 일방적인 답안지를 두고 반수 이상의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3년 후 해고를 선택했다. 7월 말에 해고되더라도 정규직 전환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어렵사리 결심한 노동자들은 오늘도 싸우고 있다. 이글거리는 뙤약볕 아래 여성 노동자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옆에서 얘기해요. 돈 많이 받고 그냥 다니면 되지, 모든 사람들이 다 그래, 그냥 그렇게 다녀, 네 나이에 나가봤자 뭐하겠니, 그럽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제 주변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고요. 끝까지 싸우면 정의가 실현될 거라고 믿어요. 사람이 사람답게 사랑하고 존중하고 같이 살자고 외쳐요. 내 가치는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지금도 계속 고민해요. 그렇지만 굴복하지는 않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이 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말을 직접 들었으면 좋겠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신성남로 41, 5층 (신성동, 새마을금고)
전화 : 042-862-7760 | 팩스 : 042-862-7761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홈페이지는 정보를 나눕니다. No Copyright Just Copy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