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1호] 칼럼 / 신냉전의 경제적 결과들 : ②신냉전의 경제적 결과
작성자 | 원혜옥 | 작성일 | 22-0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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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의 경제적 결과들 : ②신냉전의 경제적 결과
경남연구원지부 남종석 지부장 칼럼
러시아와 중국이 권위주의 정권으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것과 이들과의 대결을 만들어냄으로써 신냉전을 격화하는 것에는 심대한 차이가 있다. 미국은 공존이 아니라 압박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러시아-중국 동맹은 강화했다. 미국과 세계는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러시아-중국 동맹 강화에 덧붙여 소위 비동맹회의 전체가 중립을 선택하고 있다. 유럽은 나토의 강화로 재정립되는 분위기다. 러시아와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은 전략 물자를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국가라는 점이다. 전략 물자란 식량, 에너지, 제조업이다. 그런데 러시아-중국이 지배하는 유라시아가 이들 전략 물자의 보고이기도 하다.
대부분 한국 매체들은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로 인해 러시아 경제가 붕괴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가 피해를 보지만, 경제 제재 효과는 크지 않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대략 러시아 GDP는 10% 정도 줄어들 것이라 예상한다. 국제 은행 간 통신협회(SWIFT)에서 러시아가 퇴출당하면서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간 거래에 참여하는 것에 근본적인 제약이 따랐지만, 유럽이 수입하는 석유와 가스 에너지 자원을 결제하는 두 은행은 예외였다.
최근 푸틴이 유럽에 에너지 공급은 계속하겠지만, 결재하려면 루블화로 지불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 결과 에너지 가격은 다시 폭등해 배럴당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4월 기준 66% 이상 상승한 것이다. 국제 곡물 가격도 폭등하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가 수출하는 주력 상품이 폭등하는데 러시아가 왜 망하겠는가? 석유와 가스를 통제하는 러시아 재벌(올리가르키)들이 심각한 타격은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 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러시아가 스위프트로부터 탈피하면서 구축한 자국 화폐 결재 시스템이 러시아국제금융통신시스템(SPFS)이다. 중국도 이에 상응하는 방식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더불어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 기타 수입을 루블화로 직접 결제한다. 루블과 옌, 루블과 유로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혹은 금으로 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러시아 에너지 자원이든 곡물이든 수입하려면 타국은 러시아가 발권하는 루블을 자국 화폐로 매입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상대국 화폐는 러시아 외환보유고가 된다.
이에 부응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도 자국 석유 수출 대금을 금과 다른 국가 화폐로도 받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달러만 고집하던 관행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이것은 오일-달러의 종언을 의미하고, 장기적으로는 세계화폐로서 달러의 지위를 약화시킬 가능성마저 배제하지 못한다. 더불어 미국이 지금까지 누려왔던 ‘달러 발권 이익’이 점점 더 사라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당분간 세계 경제는 신냉전으로 다시 휘청거릴 것이다. 에너지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고, 탈탄소화는 지체될 것이며, 식량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계속될 것이고, 전략 물자에 대한 통제와 상호 제재가 이어질 것이다. 에너지와 곡물 가격은 물론 수입 중간재 가격도 상승할 것이다. 더불어 시장도 부분적으로 축소된다. 경제 블록화와 상호 제재로 인한 장벽이 무역 거래, 자본 이동에 제약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면서도 양질의 중국 제품을 그보다 더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 제품을 안 쓰고 한 달을 살 수 있는지를 실험해 보면 세계화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혜택인지 알 수 있다.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희소 원자재도 그렇다. 신냉전으로 인한 세계화의 굴절로 인해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가 앞으로 여러 위기를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전략 자산을 많이 확보한 진영이 싸움에서 유리하다. 유라시아대륙을 점령한 자들이 나머지 세계를 지배한다는 이야기는 여기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