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원지부]‘호통경영’이 ‘소통경영’인가?
작성자 | 정원호 | 작성일 | 09-0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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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통경영’이 ‘소통경영’인가?
하늘도 파아~란 6월 첫날 하고도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에 난리가 났습니다. 소위 ‘경영쇄신’ 이후로 잘 보지도 못하던 부원장이 노조사무실로 오더니만, 어떤 조합원이 깜짝 놀라 벌렁거리는 가슴을 가누지 못한다고 연락을 해 왔습니다. 원장이 3층 복도에서 노조게시판을 보며 우연히 지나가던 한 조합원을 보고서는 노조에 대해 엄청나게 호통을 쳤답니다.
노조게시판을 보니 누군가 한겨레신문에 실린 『한국 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이라는 책에 대한 서평을 복사하여 게시해 놓았더군요. 기사의 제목인 즉, “이명박을 클릭하니 한국교회가 보이더라”(도서명, ). 그런데?
듣자니, “이명박”이라는 이름 석자가 문제였던 모양입니다. 왜?
이명박씨는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누구나 그 이름을 쓸 수 있습니다. 공무원이든 민간인이든, 전경련이든 노동조합이든. 하물며 기자가 기사(서평)제목으로 쓴 것이 왜 문제입니까? 아, “씨”자가 빠졌다고요? 지금이 왕조시대나 독재시대입니까? 아, 그런 거니?
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이명박씨를 비판하는 책의 서평을 붙이면 안 됩니까? 원장에 대한 비판은 괜찮지만, 나라님에 대한 비판은 안 된다고요? 왜요? 나라님이 사람 짜르라 하고, 월급 깎으라 하고, 단체협약 개악하라 하고, 원장 목 짜른다 하고,... 하는데, 그런 것도 비판 안 하면, 뭐 하러 노동조합 합니까?
더 중요한 것은 노조게시판에 조합원이 뭘 갖다 붙이든 원장이 왜 관여하십니까? 그것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표현의 자유”이며, 단체협약으로 보장된 노조의 고유활동영역입니다. 노조 집행부는 그 내용이 인권을 침해하거나 반사회적인 것이 아니면, 최대한 존중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기관의 경영자 몇몇은 해당 게시물을 떼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노조 집행부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게시자 본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그렇게 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아울러 노조 집행부는 느닷없이 길가다 “호통폭탄”을 맞은 조합원에게 원장이 사과할 것을 정중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더더욱 본질적인 것은 게시판은 작은 “광장”이고, 광장을 통해 “소통”이 이루어지며, 소통이 있어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달성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민과의 소통”, “직원과의 소통”은 이명박 대통령과 원장이 각각 부르짖던 첫 번째 구호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소통”이 아니라 “호통”이라니요!
“호통”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노동조합과 직원들이 원장의 자식이나 대학 제자들로 보이십니까? 복무규정 어디에 원장은 노동조합과 직원들에게 호통을 쳐도 된다고 나와 있습니까? 참으로 “침통”하고 “애통”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러다 정말 “소통”이 아니라 “불통”을 넘어 “먹통”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노동조합은 아닌 밤중에 홍두께로 원장의 호통을 당했습니다만, 분노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원장이 “광장공포증”에 걸려 국민소통의 마당인 서울광장을 폐쇄하는 나라님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진정한 “소통”을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줄 것을 간곡히 청해 마지않습니다. 『처음처럼』!
2009. 6. 2
민주노총/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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