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정책지부] 행정 표준화 지침, 재고를 촉구한다!
작성자 | 윤두영 | 작성일 | 10-0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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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표준화 지침, 재고를 촉구한다!
금번 행정 양식 표준화 지침에 대해, 우리 공공연구노조 정보통신정책연구원지부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조속히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적절한 후속 조치 마련을 촉구한다.
제반 행정 양식을 통일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근본 취지를 부정함이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조치로 인해 어떠한 부작용이 초래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는 데 있다.
연구원에 있어서의 행정은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소 수준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연구활동의 근거를 갖추고, 연구비의 적절한 집행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 그럼으로써 보다 더 본연의 연구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런 원칙에 비추어 현재의 KISDI의 연구행정은 과하면 과했지 부족함은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자타의 평가이다. 그 어느 기관평가, 감사 결과에서도 KISDI의 연구행정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된 바 없으며, 살펴보면 경인사연 산하 기관 어디에 비해서도 우수한 체계를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행정 간소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수준이라 하겠다.
현재 연구원들은 과다한 행정업무에, 행정의 노예로, 연구의 수행에 절대적인 시간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 이번 지침이 시행되면서 한 시간짜리 연구협력회의, 전문가세미나 한 번을 하기 위해 연구원이 부담해야하는 행정 부담을 실제로 살펴보자.
표준 양식에 유의하여 회의자료, 발표자료를 만들고, 이력서를 만들고, 개최기안을 작성하고, 자문비 지급 관련 문건을 만들고,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 회의록을 작성하고, 영수증을 챙겨 스캔하고, 정산내역서는 카드번호 하나하나까지 기입 ․ 작성하고, 결과보고 기안을 상신한다. 여기에 장소 섭외, 참가자 확인, 참석 여부 확인, 다과 준비, 식당예약 등 이 제한된 지면에 다 열거할 수 없는 행정 외적인 일상적인 부분까지 생각할 때, 3~4개의 과제에 투입된 연구원이 일주일에 회의 3번이 잡혀 있으면, 그 주는 현실적으로 어떠한 연구도 수행할 수 없다. 이 정도면 차라리 회의하지 말자는 얘기가 목구멍에 맴돌게 됨은 자연스런 이치라 하겠다. 이것이 어찌 연구원의 일주일 업무이어야 하는가.
더 열거해야 하는가. 오로지 내부 회의용으로 과제수행계획서를 새로 작성해야 하고, 과제자문일지, 각종 과제평가서도 직접 작성해야 하며, 소위 회식비 마련을 위한, 또는 평가 대비 실적남기기를 위한 거짓 회의인 경우는 양심의 가책까지 느껴가며 각종 문서를 거짓으로 양산하고 회의록을 소설로 작성해야 한다. 실행정이 되거나 평가TF에라도 들어가면 짬을 내 책 한 권, 보고서 한 권 읽기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연구 성과를 높이고 보고서의 질을 제고하고자 한다면 행정 부담을 줄여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구조적 고민이 핵심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말을 한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을 수반하는 행동이기에, 연구란 하나를 말하고 쓰기 위해 열을 공부해야 하는 작업이며, 그래서 절대적인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연구원은 보고서의 질 저하의 원인을 연구원 개개인의 게으름과 나태함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연구원 개개인을 교화시키는 한편, 경쟁과 평가, 성과급으로 연구원들의 자세변화를 유인하면 연구성과가 제고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고민의 결론이 고작 한껏 지친 연구원들을 쥐어짜내는 것이란 말인가. 그 정도 능력으로 국가의 정책을 논해왔단 말인가.
창립 25주년의 KISDI가 또다른 도약을 준비함에 어떠한 혁신이 필요한지 혜안과 실천을 기대한다.
2010. 2. 19.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