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원]다시 스티로폼 깔판을 닦으며...
작성자 | 정원호 | 작성일 | 10-0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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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다시 스티로폼 깔판을 닦으며...
1.
지난 금요일 오후, 아침까지 조합원이었던 직원이 교육노동연계연구실의 실장으로 임명되었다. 축하를 드리며,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합리적인 경영에 기여해줄 것을 당부 드린다. 그런데 이 직원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한 가지가 있었으니...
우리 지부의 운영규정에 따르면, 조합원이 실장으로 임명되면 조합원 자격이 상실되어 자동으로 조합원에서 제외된다. 그런 선례도 있다. 그런데 이를 모를 리 없는 위 조합원은 그여코 오전 중에 탈퇴원서를 제출하고야 만다. 그리고 오후에 발령이 난다.
우리는 원장이 실장임명의 전제조건으로 노조탈퇴를 권유(≒강요)했는지 알지 못한다.
2.
거슬러 올라가 승진발령을 앞둔 2월 말 어느 날, 한 조합원이 탈퇴원서를 냈다. 이유는 “없다.” 그리고 이틀 뒤 이 직원은 선임연구위원으로 승진했다.
우리는 원장이 승진의 전제조건으로 노조탈퇴를 권유(≒강요)했는지 알지 못한다.
3.
노조 가입과 탈퇴는 자유이지만, 지금까지 조합원이 탈퇴할 경우 최소한 그 이유라도 밝혔다. 그러나 최근에는 위의 경우 이외에도 이유를 밝히지 않는 노조탈퇴가 몇 건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이 원장 및 기타 경영진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역시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 몇 가지 사실은 안다.
작년 경인사연 연구기관들에 대한 노조탄압이 본격화되면서부터, 요새 유행하는 말로, 소위 “큰집이 원장(들) 불러다 쪼인트 까고”, 그보다 약간 작은 다른 “큰집”은 조합원을 최소한 직원의 절반 이하로 줄이라고 강요하고, 또 누군가는 “조합원에 박사가 왜 그리 많냐”고 까고...
원장 또한 시절 잘 못 만난 불운에 연민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연민은 자신의 불운을 스스로 짊어지고 있을 때에 한정된다. 자신의 불운을 노조를 파괴함으로써 보상받으려고 한다면(!), 연민은 분노로, 맞불로 전화될 수밖에 없다.
4.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젤 “큰집”이, 또 그보다 좀 작은 “큰집들”이 왜 이렇게 노조파괴에 혈안이 돼 있는지를.
작년에 “노사관계 선진화”라는 미명 하에 단체협약 개악을 통해 노조의 수족을 약화시키고 나서, 올해는 이제 진짜 알맹이, 즉 “근로조건 선진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즉, 연봉제, 임금피크제, 탄력근로시간제 등등을 통해 근로현장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주말쯤. 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의 “연구기관 운영 제도개선 및 표준지침”이 왔다. 내용인즉, 두 번 D 받으면 짜르라는 “2진 아웃제”, 직능원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바람에 노조탄생의 도화선이 되었던 “누적연봉제” 등 또 다시 연구원을 뒤집어 놓을 지침들을 하달하였다. 4월말까지 규정을 정비하란다!
연구회는 친절하게도 “근로기준법 제94조의 취업규칙 변경절차를 이행”하라고 적시하고 있는데,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이렇다.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여러분은 알 것이다. (근로자 과반수의) 노동조합의 의견을 듣는 것과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듣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그리하여 저들은 최소한 노조원을 절반 이하로 줄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노조가 좀 죽어줘야겠다!”는 것이다.
5.
단협해지가 노조의 수족을 묶는 것이라면, 탈퇴공작은 노조의 목을 치는 것이다.
지금 검광(劍光)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우리는 목을 내놓을 각오로 다시 스티로폼 깔판부터 닦아야 한다.
2010. 3. 22
민주노총/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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