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을 거부합니다 1. “차카게” 살고 싶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어도 끝내 참으며 살고 싶었습니다. 2. 저는 부연구위원으로 입사한 후 6년 8개월 17일 만에 연구위원 승진 발령을 받았습니다. 저보다 늦게 부연구위원에 임용된 분들 10여명이 승진연차가 되자 속속 승진되었는데, 저는 2년 8개월 간 배제되었습니다. 심증은 있었습니다. 제가 노조 지부장을 하고 있었기에 노조탄압의 일환으로 지부장에게 불이익을 준 것이라는. 그리하여 “전임자의 승진은 원직 시와 동일하게 시행한다”는 단체협약 제18조 3항을 위반하고 있다는. 이러한 심증은 사태의 본질과 거의 일치합니다만, 물증이 없었습니다. 인사권자의 그 좁은 마음속을 들여다 볼 수도 없고... 저도 인간인지라, 하도 열 받아서 실무자들에게 한두 번 물어봤습니다. 답은 “근평이 나쁘다”였습니다. 남들의 근평을 다 까볼 수도 없고, “그래, 다들 나보다 젊고, 열심히들 하셨으니 전임자가 받는 평균등급(B)보다도 더 잘 받았겠지...”하며, 속이 쓰려도 참았습니다. 어차피 물증도 없는 것, 우겨서라도 “노조탄압”이라고 한 판 벌일까 생각도 했지만, 그것이 다름 아닌 저 개인의 문제이기에 구설에 오를 수도 있어서 또 참았습니다. 그런데! 지부장을 그만두자마자 승진이 되었습니다! 자! 이쯤 되면, 최소한의 양식만이라도 가진 사람이라면, 명확히 알 것입니다. 지난 2년 8개월 간 저를 승진시키지 않은 것은 정확하게 “노조탄압”이었다는 것을! 그리하여. 인사권자에게 요구합니다. 그동안 전임자였던 지부장을 승진에서 배제한 것이 단체협약 위반이고, 노조탄압이었다는 점을 시인하고 공개사과 하십시오. 그것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떳떳하다면, 그동안 승진자들의 근무평정 다 까고 한번 밝혀 봅시다! 3. 그런데 이것은 약과입니다. 가장 추악한 인사권 남용은 바로 인사권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직원들의 양심을 파괴한 것입니다. 작년에 무려 30여명의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했습니다. 모두 다는 아니지만, 많은 경우에 탈퇴가 승진이나 보직 또는 인사권자와의 연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바보같이, 탈퇴한 이후에야 알았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탈퇴를 한 사람이 며칠 뒤에 승진을 하거나 보직에 임용되질 않나, 노조 창립 이후 잘 있던 사람이 승진을 하고 나니 갑자기 “정치적 노선”이 달라지질 않나, 연구연가라고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이 이유 없이 탈퇴를 하지 않나... 이쯤 되면, 바보가 아니라면, 그 탈퇴들이 인사권자의 회유나 강요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치사하게, 인사권자가 직접 하지 않았다거나 “노조탈퇴”라는 네 글자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변명은 하지 맙시다. 노조 탈퇴를 강요하는 행위가 대표적인 부당노동행위라는 법률상의 얘기는 하지도 않겠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결사(結社)의 자유, 즉 단체를 결성, 가입, 탈퇴할 자유는 근대시민의 기본적인 자유로서, 말 그대로 본인의 양심에 기초한 “자유의지”에 의해 향유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인사권자는 사탕 한두 알로 개인의 양심, 자기결정권, 자신에 대한 존중 ...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을 앗아버렸습니다! 승진이나 보직이 얼마나 달콤한지는 몰라도, 그 달콤함에 혹해서 인간의 가장 소중한 가치를 놓아버린 사람도 잘한 것은 없지만, 그것을 회유하거나 강요한 사람에 비하겠습니까? 그리하여, 의도하신 바, 노조파괴에 성공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조합원 수가 50명 밑으로 떨어졌으니까요. 그리하여 이제 저 높은 곳으로부터 상이라도 받으시겠네요. 거듭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인사권자는 그 사탕이 끝내 독약이 되어 남뿐 아니라 자신마저 파괴한다는 것을 모르고 계시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 사탕은 독약이 되어, 스스로도 부끄러워서 이실직고는 못하고 온갖 구질구질한 탈퇴의 변을 들이대는 그런 비열한 사람을 양산하였습니다. 그리하여 3년 만에 돌아갈 사람이 앞으로도 10여년은 더 함께 근무할 저와 그들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직장 분위기를 황폐화시키고 나서 퇴임 후에 어떤 모습으로 직능원 행사에 나타나실지 심히 궁금합니다. 퇴임 후 한 번도 직능원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전임 원장 한 분이 생각납니다. 앗! 명예훼손이라고요? 그렇다면, 저를 징계하든가 검찰에 고소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밝혀 봅시다. 4. 사실, 위의 사실들만으로 이런 글을 쓰지는 말자고, 정말 이젠 좀 조용히 연구나 하며 살자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고용휴직” 중에 있는 사람을 “복직일자부”로 승진발령을 내는 걸 보고는, “아, 말년에 갈 데까지 가는구나!” 싶어, 설혹 피를 보더라도 가만있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어디 이런 “듣보잡인”(듣도 보도 못한 잡스러운 인사)이 있습니까? 정말로 직능원을 정화시키기 위해서는 피라도 좀 보아야 할 판입니다. 인사권자와 당사자가 무슨 관계에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또한 구질구질한 비판도 생략하겠습니다. 그것은, 아래와 같이, 직능원의 규정과 규칙을 위반한 인사입니다. [인사규정] 제22조(승진의 제한) ①직원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승진임용 할 수 없다.(개정 2002.10.11) 1. 직위해제, 징계처분 또는 휴직 중에 있는 경우 [승진임용규칙] 제15조(명부의 조정) ②명부에 등재된 자가 승진, 징계, 휴직, 면직 되었을 경우에는 그 사유 발생일에 명부에서 삭제된 것으로 한다. 따라서 위 고용휴직자의 승진발령을 즉각 취소할 것을 요구합니다. 만약 이 발령을 취소하지 않고, “그래서 승진일자는 휴직 중인 현재가 아니라 추후인 복직일자로 했다”는 식의 구질구질한 변명을 할 경우, 연구회, 총리실, 감사원, 청와대, 국회, 언론, 법원 등 모든 관계기관에 그 정당성 여부를 문의하겠습니다. 5. 이상의 요구사항들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저는 저의 승진을 거부합니다! 2011. 1. 30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지부 조합원 정원호 ※ 사족: 이쯤 되면, 보직자들 다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관이 이렇게 망가져 가는데, 그 자리 지키고 앉아서 무슨 영화를 보겠다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