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지부] 신임 원장에게 바란다, 지부 입장
작성자 | 신명호 | 작성일 | 11-06-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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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신임 원장에게 바란다
- 기관장이 연구원의 직원들과 물과 기름처럼 화합하지 못하면서 따로 놀아서는 안된다.
- 기관운영에서 자의적 판단과 재량권 남용을 삼가야 한다.
- 교섭권 위임을 철회하고 즉시 단체교섭에 임해야 한다.
- 팀장 이상의 보직자 전체를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보직순환제를 채택하고 영유아를 위한 육아/보육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 공평무사하고 직원들로부터 사랑받는 기관장이 될 것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6월 17일, 두 번에 걸친 난고 끝에 서울대 김승조 교수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으로 선임되었다. 조합원을 비롯한 연구원 소속 모든 구성원들은 걱정반 기대반 항우연 외부 인사인 신임 원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랜 교직을 통해 AIAA Fellow가 될 정도의 연구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원의 부족한 연구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는 반면, 발사체나 위성처럼 설계/제작/검증/운용이 연구기관과 기업체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진행되는 거대 시스템 개발 사업을 맡아 본 경험이 없다는 데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김승조 신임 원장이 항우연 구성원들의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항우연의 재도약과 국가 항공우주 개발체계 혁신에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794명의 직원을 책임지고 쉽지 않은 길을 가야할 항우연의 수장에게 진실한 조언과 조합원들의 요청을 전해 드리고자 한다.
첫째, 기관장이 연구원의 직원들과 물과 기름처럼 화합하지 못하면서 따로 놀아서는 안된다. 공적 절차를 통해 선임된 이상 그 과정이나 배경과 상관없이 기관장은 이제 항우연을 대표하고 책임지는 자리이다. 학교에서 외부인의 관점으로 비판하는 것과 본인이 직접 항우연을 이끄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기재부와 교과부, 연구회가 얼마나 전문성이 부족하고 무능할뿐더러 무책임한지를 토로하는 현장 연구자들의 호소를 이해해야 한다. 현재 항우연이 직면한 총체적 난관이 무엇이고 어떤 내재적 원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 근원과 역사를 내부자의 시선으로 진단해야 한다. 사내정치를 일삼고 연구원의 발전보다는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하는 사적 집단들이 연구원 내외부에 있지는 않은 지 파악해야 한다. 현장의 연구자들이 왜 절망하고 답답해하고 있는 지를 이해하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지를 고민해야 한다. 항우연을 구성하고 제약하는 법적 제도와 임금/단체협약, 내부 규정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전제될 때에만 외부로부터 온 이방인이자 정부부처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진정한 항우연의 원장으로서 직원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둘째, 기관 운영에서 자의적인 판단과 재량권 남용을 삼가야 한다. 연구기관과 대학을 전략적 행위자로 재구성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 하더라도 기업과는 다른 법과 제도의 적용을 받기에 기관장은 사장이 아니다. 정출연이라는 공적 연구기관에서 기관장의 자리에 앉으면 일정 기간 동안 연구원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트라시마코스적 망상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2009년 개인평가를 둘러싼 혼선과 억울한 피해자 만들기, 통해기 지체상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과 국정감사, 영상판매수익금 지급에 대한 논란과 감사, 정년퇴임한 간부들에 대한 ‘묻지마 채용’, 불안정한 노사관계를 조장하는 교섭권 위임 등 전임 기관장의 자의적인 판단과 재량권 남용으로 연구원이 받은 고초와 피해는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공적 연구기관이라면 준수해야 할 법규와 규정이 있고 모든 시행은 공적 절차와 판단 기준을 갖고 있다. 신임 원장은 이러한 법적이고 제도적인 사항과 공적 절차를 충분히 이해하고 준수하여 전임 원장과 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길 바란다.
셋째, 교섭권 위임을 철회하고 즉시 단체교섭에 임해야 한다. 항우연 지부의 총 조합원 수는 현재 440명으로 항우연이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직원을 기준으로 보면 55%의 조직률이지만, 실질적으로 살펴보면 보직자를 제외할 경우 정규직의 조합 가입률은 거의 75% 가까이 된다. 항우연 지부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여 대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과반수 노조로서의 법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전임 원장과 직무대리인 선임 본부장은 조합의 의사에 반해서 노무법인에 교섭권을 위임하고 단체협약 해지 통보를 보냈다. 오랜 역사를 가진 KIST와 원자력연구원의 경우 교섭권 위임을 철회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했거나 본격적으로 단체교섭에 착수하고 있다. 노사가 하나로 단결하고 협력해도 항우연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미명으로 노동조합을 말살하려 하는 술책에 자기보신을 위해 동조하고 만 것이다. 연구원은 지식을 생산하는 곳이고 지식 생산의 핵심은 사람이다. 고용이 불안하고 억압적인 환경에서는 연구자들의 창의성과 집중력이 발휘되지 못한다. 8월 23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교섭에 임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진심으로 직원들을 아낀다면 돈벌이에만 눈이 먼 노무법인으로의 교섭권 위임을 철회하고 즉시 단체교섭에 들어가서 조속한 시일 내에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넷째, 팀장 이상의 보직자 전체를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보직순환제를 채택하고 영유아를 위한 육아/보육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항우연 지부는 연구원의 총체적 난국을 맞아 17개 지구별 조합원 간담회와 3차에 걸친 여성조합원 간담회를 실시하고 있다. 80%의 간담회가 완료되었고 6월말이면 간담회가 종료된다. 거의 모든 지구와 여성조합원 간담회에서 제기된 사항이 바로 보직순환제와 육아/보육시설 확충이다. 사이언스 어린이집 이용 수요에 비해 다닐 수 있는 TO가 너무 적다는 것이 문제다. 대덕연구단지 타 연구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직원들이 많은 항우연으로서는 연구원에 육아/보육시설을 설립해야 한다. 또한 조합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재의 팀장 이상 보직자들이 너무 오랫동안 보직에 있었다며 보직자 전체를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반 연구원들은 보직자들이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사적 이해관계를 챙기는 데 급급할 뿐 아니라, 라인을 형성해서 조직을 사유화하는 패거리 문화를 만들어 연구원의 조직문화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중간 간부층의 자의적인 팀 운영, 연구개발 역량과 경험 부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그리고 10여년 동안 보직을 유지함으로써 공고화되고 정체되어 있는 연구조직을 혁신하기 위해서 보직순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끝으로, 공평무사하고 직원들로부터 사랑받는 기관장이 될 것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특정 학교 출신들에 대해 특혜를 베푸는 식의 인사와 기관 운영이 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연구원 내 특정 집단에 편향되어 조직이 관리되지 않는다면 연구원의 어느 누구도 공정함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평직원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들으며 시초의 오류를 차근차근히 수정해나가는 기관장이 되시길 바란다. 민주적 합의와 절차를 존중하고 독단과 독선을 피한다면 어떤 개혁이든 성공할 수 있지만 그 반대라면 연구원을 망치고 연구자들의 역량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 것이다. 신임 원장이 헤쳐나가야 할 항우연 내외의 난관과 짊어진 책임이 너무 커서 축하하고만 있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조합은 제언된 조언과 요청이 받아들여지고 성실히 기관운영에 반영된다면 조합원을 지키고 조합원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조합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한 그 어떤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다.
2011. 6. 20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항공우주연구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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