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출연연구기관 독립성·자율성 보장해야
작성자 | 장영배 | 작성일 | 12-0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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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마당 이렇게'] 출연연구기관 독립성·자율성 보장해야
이명박 정부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인사연’)는 ‘공공기관 선진화’를 구실 삼아 연구 활동과 경영 등 기관운영 전반에 걸쳐 각종 지침을 산하 출연연구기관에 강요해 왔다. 법률에 명시된 ‘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공허한 말이 됐다.
최근 MB정부와 경인사연은 산하 출연연구기관의 2012년도 기관평가, 기관장 리더십 평가 편람을 개편 중이다. 그 기본방향은 연구기관에 대한 관료적 지배와 독점의 강화이다. 예컨대 연구성과분야 주요 평가지표인 국가정책기여도 평가에서 개별연구과제가 공무원의 일상 업무수행을 얼마나 잘 도와주었는가가 국가정책기여도의 평가로 포장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연연구기관이 정부정책의 잘잘못을 가리고 비판적인 대안을 만드는 일은 MB정부하에서는 정치적으로 위험한 일이다. 2008년 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박사의 4대강사업 양심선언에 대한 징계, 2009년 노조파업을 이유로 한 노동연구원 탄압은 그것을 웅변한다.
평가지표의 내재적 문제도 있다. 개별 연구과제의 성과로부터 ‘입법화 성과, 시행령, 시행규칙 반영 실적’과의 연관을 도출해내는 것이 도대체 가능한 일일까? 입법과 시행령 제정은 정부부처, 시민사회,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해갈등과 조정, 협상이라는 고도의 정치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정책기여 실적을 개별연구과제에 대하여 측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관장 리더십 평가도 국가정책 관련 보고와 세미나, 국가정책 관련 언론 홍보활동 노력 등 정부부처의 뜻을 얼마나 잘 따르고 협조적인가가 초점이다.
또한 출연연구기관 종사자의 고용불안을 영구화하는 이진아웃제, 과도한 임금차등을 강제하는 누적식 연봉제, 정부지침에 따를 때까지 평가점수를 깎겠다는 누진감점제 등은 출연연구기관의 경영 자율성을 완전히 파괴하였다.
이제 출연연구기관의 행정기관화는 멈추어야 한다. 출연연구기관은 정부와 관료의 종속물이 아니며, 정권 변화에 관계없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와 과제에 대하여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세금을 사용하는 출연연구기관의 사회적 책무이다. MB정부와 경인사연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장영배 | 민노총 과기정책연구원 지부장>
출처: 경향신문 '경향마당 이렇게', 2012. 2. 2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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