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지부소식지 하늘 14호 (2015.09.22)
작성자 | 신명호 | 작성일 | 15-0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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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경험이 없는 조합원들이 대부분이고 급하게 총파업이 조직되어 함께 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하고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호소는 해야겠기에 항우연지부 조합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보냈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최근 뉴스를 통해 9.13 노사정위원회에서 일어났던 야합에 대해서는
들으셨을 겁니다. 소식지에도 간략하게 내용이 있지만 혹여 우리와는 당장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기에 메일로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2011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연구기관 선진화라는 이름 하에 이진아웃제
(최하평가 2회 때 해고)로 대표되는 구조조정을 시도하였고, 우리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단결된 투쟁으로 이진아웃제를 막아내었습니다. 당시 상황은 공공기관
(출연연)에 선별적으로 적용하려는 시도였고, 노동자의 근로조건 저하 특히, 해고에
관한 사항은 노동법에서 엄격하게 제한(노사합의)하고 있기에 우리의 투쟁이 좀 더
용이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번 9.13 노사정대야합은 우리사회 노동조건 전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노사합의가
없이도 해고를 포함한 근로조건 저하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정부가 이진아웃제를 강행하고자 하면, 이제는 노사합의라는 법에 의한 보호막이
사라진 상태에서 저항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올초 임금피크제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 노동조합은 걱정했습니다. 단순한 임금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자유롭게 하려는, 그래서 일반해고 도입을 용이하게 하려는 시도로
보고 투쟁을 준비하여야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9.13 노사정대야합은 정부의
이러한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악법 개악은
임금피크제가 주 문제가 아닙니다. 이진아웃제! 일반해고!의 문제입니다.
1)정규직에 대한 일반해고제
2)단협/취업규칙 개악을 법으로 강제
3)비정규직 무제한 허용과 파견기간 확대
노사정대야합의 주 골자인 위의 세 가지는 맘대로 해고, 맘대로 취업규칙 변경,
노조 무력화를 위한 술책입니다. 친일파들이 독재정권과 결탁하여 민족지사들을
해꼬지하고 이 나라를 강탈했던 것처럼, 박근혜 정부는 재벌과 어용노조와 연합해서
노동자/민중을 헤어나오지 못하는 구렁텅이에 빠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인권 변호사이자 거리의 변호사로 유명한 민변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9월 19일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참석한 노동자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단식농성에 들어가 오늘로 3일차 입니다.
이 나라는 법을 안 지켜도, 노조와 한 약속을 안 지켜도, 백두대낮에 노조를 파괴해도
자본이 처벌 받지 않고 불이익을 받지 않는 이미 자본세상인데 한국노총이라는
어용노총을 내세워 노동자의 모든 것을 다 내놓으라고 야합을 했습니다. ...
박근혜의 노동개악은 재앙이며, 여기 있는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모두 해고
1순위이고, 노조를 할 수 없게 됩니다. 80년대 이전의 노동체계로 돌아가려 하는데
왜 이렇게 한가합니까? 노동재앙을 막지 못하면 자본이 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며,
내 목과 내 가족, 내 아들딸의 목에 칼이 들어왔는데 왜 이렇게 한가합니까? ....
총파업이 미진해도 좋으니 포기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는
싸움을 조직해 박근혜를 국민투표로 심판합시다. 민주노총이 싸울 때 국민들도
여러분을 지지할 것입니다."
1997년 IMF와 이어지는 1998년 정리해고제와 파견제 도입은 한국사회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우리는 이제 다시 역사의 기로에 섰는 지 모릅니다.
일반해고제, 비정규직 무제한 허용, 파견기간 확대, 단협/취업규칙 개악 등은
임금피크제나 누적성과연봉제를 훨씬 넘어서는 것들입니다. 우리 자신 뿐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까지 80년대 이전의 노동체계에서 살게 되는 것입니다.
9.23 총파업은 이후 10월과 11월로 이어질 민주노총 투쟁의 전초전입니다.
추석 전에 노동자/민중의 분노를 표출해서 보여주지 않는다면 저들은 거리낌없이
행할 것입니다. 성경에도 "시대가 악하매 너희는 늘 깨어있으라" 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힘 없고 겁이 난다면 담벼락에다 욕이라도 하라고 했습니다.
연구기관인 우리에게 하루 파업이라는 게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보탠 하루는 민주노조를 이끄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9월 23일 하루 휴가를 내고 서울로 갑시다. 우리가 역사에서 보아 온
총파업에는 한참 모자라고 미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을 알리는 전조가
될 것입니다. 알려줍시다. 우리 아이들에게. 모두가 재벌과 기득권층에 저항하지
못하거나 야합했을 때 민주노총은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참 자유와 평등을 위해
저항했었다고. 그리고 그 때 민족과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정의로운 일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었다고 말입니다.
2015년 9월 21일
전국공공연구노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