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인정하라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2-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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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인정하라
- 헌법 위반한 국방과학연구소법 제14조 개정을 촉구하며 -
3일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글로벌 방산수출 빅4 진입을 위한 K-방산 수출지원제도 분석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 방산 수출액이 200억달러(28조 8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방산 수출의 주요 내용은 레드백 장갑차, FA-50 경공격기, K-2 전차, 천궁-2, 호위함 등 국방과학연구소가 연구개발을 통해 양산한 무기이다. 1975년 풍산이 M1 소총 탄약을 필리핀에 수출한 이후 47년이 흐르고 이제 우리는 세계 군사력 6위의 국가가 되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국방과학연구소 종사자의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국방력 발전 속도에 비해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방과학기술품질원 등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권리는 50년 전과 전혀 다름이 없다는 사실이다. 교사와 공무원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청원경찰과 특수고용노동자가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것이 오래된 일인데 국방과학연구소 종사자는 여전히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국방과학연구소 1,100여명의 노동자가 2019년 8월 노동조합을 설립하였으나 사용자는 국방과학연구소법 제14조(연구소의 임원과 직원에 대하여는 국가공무원법 제7장 복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며 형법 기타 처벌법규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를 국가공무원으로 본다)를 이유로 지금까지도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용자를 편들며 감사원이 나서서 노조 설립을 재검토하라고 의견을 통보했으나, 고용노동부는 노조설립 신고증 교부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당초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나아가 고용노동부는 국과연 사용자에게 노조 설립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노조법 81조에 따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전달하였다. 노조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정부가 최종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는 헌법을 위반하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소법 14조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2021. 3.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제대로 심의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많은 공공연구기관이 연구개발 성과를 언론에 홍보하고 국민들에게 환호받지만, 국방과학연구소 종사자는 현격한 연구성과가 있어도 철저히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 연구개발에 참여한 동료들이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할 뿐 공개적인 인정은 받지 못한다. 기술료 등 경제적 보상도 없고, 다른 공공연구기관과 비교해 평균임금도 턱없이 낮은데다 퇴직 후 취업제한 등 수많은 제약이 있기도 하다. 지난 5년간 160여명의 연구원이 대학이나 다른 연구기관으로 이직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과학연구소 3,800여 종사자 대다수는 오늘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연구개발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더 이상 헌법상 기본권을 박탈한 채 국가에 대한 충성과 의무만 강요해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다. 국방과학연구소 노동자들이 자긍심을 갖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방과학연구소법 제14조를 반드시 개정해 수십 년간 빼앗겨온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2022. 10. 12.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