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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7 신년 기자회견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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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신년 기자회견문


2011년 새해 벽두부터 굵직한 과학기술정책현안이 정국의 중심에 떠오르고 있다.


지난 해 날치기 처리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상 재편의 후속 조치로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 개편 문제가 정부 뜻대로라면 이번 달에 방침이 확정되고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 선정 문제 또한 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입지 선정과 관련한 청와대 비서관의 정책기조 변화 발언으로 시작되어 충청권은 물론이고 영호남권까지 입지 선정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구현장 및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구와 광주에 대한 연구개발특구 지정이 졸속적으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과학기술계를 둘러싼 혼란이 극심해진 주된 이유는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전략과 청사진이 부실한 상태에서 정부가 부처와 지자체의 이기주의를 조장하고 주요 과학기술관련 사업을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성평가연구소 민각매각의 문제만 하더라도 지식경제부는 귀도 입도 닫아 버린 채 무리하고 위험천만하게 강행하고 있다. 인수기업이 매각조건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지식경제부가 인수기업의 조건에 맞추어 어떻게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수천억원을 들여서 키워온 출연연구기관을 송두리째 헐값에 자본의 먹이로 넘길 판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과학기술계를 둘러싼 상황이 혼란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연구현장은 너무도 조용하다. 그 주요한 원인에는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지속되고 있는 소위 ‘공공기관 선진화 지침’이 연구현장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노동조합은 2011년을 맞아 주요 과학기술정책 현안 및 공공․연구구기관 현안에 대해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히며, 우리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연구현장 종사자들의 힘을 모아 힘차게 투쟁해 나갈 것이다.

▣ 27개 출연연구기관을 조건 없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 이관하라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과학기술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폐지하였고 과학기술부총리를 없앴으며 출연연구기관을 두 개 부처로 나누어 놓았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 추진은 전략적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였고 이에 대한 과학기술현장의 비판과 변화에의 요구가 비록 날치기로 처리되었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위상 재편으로 귀결되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이 재편된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 정부출연연기관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의 이관은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다.


출연연 단일법인화의 문제는 이관 후 국과위가 우리나라 전체의 연구개발 전략 수립 과정에서 각 출연연의 기능 및 역할 조정 등을 통해 결정해 나갈 문제이다. 더 이상 지식경제부 등 특정 부처의 이기주의와 잘못된 판단이 출연연의 국과위 이관을 가로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관련한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태생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세종시 문제와 연결되어 정치적 도구로 전락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입지 선정과 관련한 청와대의 정책 변화 발언으로 이제는 지역과 정치권의 대결구도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국제과학비즈니벨트 사업에 대한 정부의 부실한 준비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미 수차례 충청권이 최적의 입지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판단도 그러하다면 국민을 납득시킬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연구현장의 의견이 광범위하게 반영되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구체적인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설계하는 일이며 더 이상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이 사업이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안전성평가연구소 민간매각을 즉각 중단하라


안전성평가연구소의 민간매각은 사실상 실패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지식경제부는 어떻게든 민간매각을 성사시키려고 하고 있다. 자산의 90%를 차지하는 시설부분을 임대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있었고 특정 기업에게 헐값에라도 넘기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오직 지식경제부의 실적만을 위해 수십 년간 축적해온 독성분야 R&D 기반이 붕괴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획일적인 선진화 지침을 철회하라


300개 가까운 공공기관에 대하여 기획재정부가 일괄적으로 하달하는 소위 ‘선진화 지침’의 대부분은 출연연구기관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출연연은 선진화 지침으로 인해 예산이 증액되고 사업이 늘어나는데도 정원은 감축해야 했다.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고 출연연에 우수한 인력을 유입해야 한다고 하면서 임금(초임)을 삭감하고 각종 복지제도를 후퇴시켜야 했던 것이 선진화 지침의 현실이었다.


출연연구기관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공공연구기관의 특성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독립성과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


▣ 성과연봉제, 이진아웃제 등 도입을 위한 단체협약 무력화, 민주노조 와해 책동을 중단하라


우리 노동조합과 산별협약을 맺은 사용자 중 과학기술계 출연연을 포함한 20개 기관 사용자가 교섭권을 노무법인에 위임했다. 노사대표가 2년에 한번 만나 인사하는 상견례마저 거부했고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 노동조합이 노사간담회 등 다양한 방안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또한 적지 않은 사용자들이 단체협약 해지를 준비하고 있으며 일부 사용자들은 교섭으로 쉽게 풀 수 있는 전임자문제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키면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사용자들이 노동조합을 공격하는 목적은 노조를 무력화하고 단체협약을 대폭 하향시켜 성과연봉제와 이진아웃제 등 선진화 지침의 완결판을 도입하려는 데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성과연봉제와 이진아웃제와 같은 약육강식의 경쟁제도는 이미 오래전 연구현장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도입되었다가 사장되었고 사용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패기 처분된 낡은 제도를 다시 도입하려는 것은  평가에 의한 현격한 임금차등과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고용불안을 무기로 노동조합과 현장 종사자들의 단결을 와해시키고 정부와 사용자들의 뜻대로 연구현장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 과학기술정보연구원 시설관리 노동자 집단해고 중지하라


과학기술정보연구원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현장 소장을 비롯한 관리자들의 비인격적 대우와 노동기본권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대항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고자 우리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다. 그들은 임금인상도 정규직화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노동조합 탈퇴 요구를 거부한 모든 노동자들은 1월31일이면 모두 해고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3년간 공공연구현장 종사자들은 주요한 정책추진 과정에서는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대다수 민중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악용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등 노동조건을 누리고 있다는 이유로 ‘철밥통’, ‘신이내린 직장’이라는 등 온갖 비아냥을 들어가며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매도되어 왔다. 정부의 지침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하는 굴종을 강요당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조금이라도 저항하게 되면 철저한 응징을 당해왔다. 노동조합은 ‘악의 축’으로 지목되었고 노조를 깨고 부수고 없애는 일이 ‘최선’으로 대접 받아 왔다.


그러나 우리 노동조합은 공공연구노동자들의 지혜와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잘못된 정책을 바꾸어내고 연구현장을 파괴하는 각종 제도의 도입을 막아내는 투쟁에 주저 없이 나설 것이다. 공공연구노동자들의 노동이 제대로 인정되고 당당할 수 있는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11년 1월 2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준)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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