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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확립, 환영하기엔 아직 이르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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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확립, 환영하기엔 아직 이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상 및 기능 강화에 대한 공공연구노조의 견해-


1.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확립하라는 과학기술계의 한결같은 요구에 대하여 정부가 마침내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10월 1일 열린 제32차 국과위 본회의에서는 ‣국과위를 대통령 소속 상설 행정위원회로 개편하고, ‣국과위에서 연구개발사업 예산을 배분․조정하며, ‣출연연 선진화는 충분한 현장의 의견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우리 노동조합은 이번 결정이 각 부처의 이견을 무릅쓰고 과학기술계와 출연연의 민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노력한 결과로 평가한다. 그러나 국과위가 제 자리를 찾고 올바른 역할을 하기 위해서 몇 가지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현 정부 들어 국가과학기술정책이 파행으로 치달은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고, 국과위를 형해화하고, 출연연을 교과부와 지경부로 나누어 관리하고, 3년 내리 출연연 경영효율화와 통폐합․민영화를 밀어붙여 연구현장을 불안하게 만든 것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지금 와서 대통령이 국과위 위원장을 맡아 과학기술을 책임지겠다고 한다고 좋아만 할 일이 결코 아니다.

일각에서 위헌 문제를 거론할만큼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문제는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고, 정권의 향배에 따라서는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학기술 전담부처를 설치하라는 우리 노동조합의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행정위원회로서 국과위가 갖고 있는 불완전한 구조를 보완하고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완성된 구조로 만들기 위해서 과학기술 전담부처는 반드시 부활시켜야 한다.

국과위는 관료적 통제시스템에서 탈피하여 과학기술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대표성을 갖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가과학기술정책의 명실상부한 최고의사결정기구가 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새로 선임된 13명(산업계 6명, 학계 5명, 출연연 2명)의 민간위원들은 대체로 정부의 입맛에 맞거나 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할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무척 유감스럽다. 앞으로 국과위 사무처의 구성과정에서 얼마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또 그들의 발언권이 적정한 수준에서 보장되는지 주목할 것이다. 국과위 재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료들의 독선과 전횡이 지배하게 된다면 국과위의 앞날은 특별히 기대할 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기재부가 얼마나 예산권을 국과위로 넘길 것인지 막바지까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과적으로 개편되는 국과위는 국방 및 인문사회R&D와 경직성 경비를 제외한 연구개발사업 예산을 배분․조정하고 성과평가 등을 수행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예산편성구조에서 쉽지 않은 결론을 도출한 점은 인정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어진 예산권을 과학기술의 공공성에 부응하도록 얼마나 잘 배분하고 조정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국과위가 갖는 예산권의 범위, 편성과 집행 절차 등이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 아니라 관련 법과 제도로 명확히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 노동조합은 이명박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에 국과위 개편에만 머물지 말고 앞에서 거론한 사안들을 차근차근 보완해 갈 것을 촉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려고 했던 일련의 노력들은 물거품이 되고, 다음 정권에서 국과위는 또다시 개편 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2.

제32차 국과위의 보도자료를 보면, 출연연 선진화는 충분한 현장의 의견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것은 사전에 준비된 보도자료에 근거한 것이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그대로 보도하였다. 그러나 우리 노동조합은 제32회 국과위 관련 청와대 홍보수석실 브리핑에서 언급한 다음 내용을 주목한다.

"(국과위) 토론 중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상이나 기능 강화뿐만 아니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선진화에 대한 토론이 일부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부처간 협의를 거쳐서 정부출연연구기관 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얼핏 보면 보도자료에서 표현한 것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정국을 좌우하는 현 체제를 감안하면서 보면, '정부출연연구기관 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라'는 대통령의 말은 곧 출연연 선진화(구조조정)에 대한 모종의 지시가 있었음을 뜻한다. 아니나 다를까, 국과위에 참석했던 사람들에게서 확인한 사실은, 대통령의 지시는 출연연 구조조정도 국과위 개편에 맞추어 서두르라는 것이고, 그에 따라 교과부와 지경부가 바로 오늘(10/5)일까지 6명 안팎의 실무자들을 인선하여 출연연 개편 추진 실무팀을 구성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출연연 개편 실무팀의 검토사항에는 출연연 개별 법인격 해체, 즉 단일법인화(통합)가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졌다. 출연연 구조조정은 충분한 현장의 의견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추진한다고 하는 정부의 발표는 결과적으로 거짓이며, 출연연 구조조정은 상위 거버넌스를 우선 확립하고 나서 중장기적으로 추진하자는 우리 노동조합의 의견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우선 국과위 개편이 올바른 방향으로 자리를 잡도록 만전을 기하고, 출연연 구조조정은 국과위가 안정화된 다음에 국과위가 주체가 되어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우리 노동조합은 다시 한번 강조한다. 덧붙여, 출연연을 모두 국과위에서 관장하기로 결정한 마당에 지경부의 조급한 성과주의로 말미암아 강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안전성평가연구소 민영화 방침도 일단 유보하고, 국과위에서 독성시험분야에 대한 장기발전계획을 마련한 다음에 향후 계획을 논의하자고 제안한다. 만약에 현 시점에서 정부가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우리 노동조합은 노숙단식투쟁을 계기로 집약된 조직력을 대정부투쟁으로 전환하여 총력투쟁으로 맞설 것이다.

3.

제32차 국과위가 끝나자마자 과학기술 관련 30개 단체가 단독, 혹은 연명으로 국과위 결정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소 성급하긴 했지만 과학기술계의 절박한 기대가 섞인 호소로 이해한다.

남은 문제는 우리 노동조합이 지적한 바와 같이 국과위 개편을 완성하는 일, 그리고 출연연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말로만 아니라 실제로도 충분하게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차근차근 추진하는 일이다.

출연연 현장에 흐르는 도도한 민심에 기반하여, 우리 노동조합은 출연연의 올바른 발전을 위하여 상대방을 가리지 않고 겸허하고 성실한 자세로 토론에 응하고, 앞으로도 적극 대안을 제시할 것임을 거듭 밝힌다.


2010년 10월 5일


민주노총 (가)공공운수노조준비위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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