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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과학기술계를 충성경쟁의 들러리로 삼지 말고
연구원들이 연구에 전념하게 하라!
-과학기술계의 필수인력 충원과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경제를 살리는 하나의 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12월 23일 오후 교과부 산하 27개 기관장들이 ‘자율적으로’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경상비․복리후생비․업무추진비 등 약 390억원을 절감하고 인건비는 2008년 수준으로 동결하여 2,000여명의 인턴연구원을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인턴연구원의 보수는 연간 2,100만원 수준(법정부담금 300만원 포함)이며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부설 연구기관, 벤처기업, 창업보육센터 등에서 1년간 근무하게 된다고 한다.
과학기술계는 IMF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정부의 강요에 밀려 철저하게 고통을 분담해 왔다. 정년단축, 연봉제, 계약제 등의 일방적 도입과 차등성과급제 확대, 퇴직금 삭감 등 일련의 강압적 조치로 이어졌고, 그 때마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고통분담이요 경제를 살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연구현장의 끝없는 혼란과 사기 저하, 그리고 극심한 이공계 기피로 나타났을 뿐 정부가 내세웠던 긍정적인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는 또다시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 아래 즉흥적이고 일회적인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다. 단언하건대, 교과부의 이번 발표는 구태의연한 전시행정으로서 국민에 대한 기만이요, 과학기술계에 대한 모독이다. ‘과학기술기관장협의회’가 소집된 것 자체가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합의에 따른 것이 아니다. 교과부는 19일에 산하 기관의 기획부장단 회의를 소집하여 일방적으로 경영효율화 방침을 하달했고, 23일 교과부 산하 기관장들이 결론을 도출하기도 전에 교과부에서는 보도자료를 언론기관에 배포했다. 교과부의 위세에 눌려 기관장들은 그저 주어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노릇만 한 것이다.
물론, 과학기술계만 경제위기에서 비껴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1년짜리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은 도리어 부작용을 크게 할 뿐이다. 연구현장의 요구가 아닌 정부의 지시에 따라 급조된 2,000여명의 인턴연구원들이 당장 투입될 업무도 불확실하며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나 계획도 미흡하다. 게다가 현재 과학기술계 출연연구기관은 비정규직이 1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그 중의 상당수는 비정규악법으로 인하여 1년 이내에 해고될 처지에 놓여 있다.
여기서 더 몰아붙이면 과학기술계는 회생불능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연구현장에서는 이구동성으로 걱정하고 있다. 기만적이고 강압적인 경영효율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면 정부출연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전체 과학기술계의 뜻을 모아 우리 노동조합은 교과부와 기초기술연구회를 대상으로 하여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투쟁을 벌여갈 것이다.
교과부가 진정 과학기술계가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하기를 바란다면 변죽만 울리지 말고 실용정부답게 차근차근 실천해야 한다. 우선, 연구현장에서 꼭 필요로 하는 신규 인력을 충원하고 상시적이고 필수적인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해고의 위협에 처해있는 비정규직들을 즉각 정규직화하라! 그조차 자신없으면 정부가 약속했던 것처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스스로 정체성을 찾고 안정적 연구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기다리며 지원하라!
2008년 12월 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