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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노조무력화를 위한 단체협약 개악 기도를 중단하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0-03-15

본문

노조무력화를 위한 단체협약 개악 기도를 중단하라

노사관계 파행 유도, 예산낭비 교섭권 위임 철회하라!!!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9개 사용자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사용자가 자신들이 요청했던 보충교섭의 권한을 노무사에게 위임하였다. 자신들이 먼저 보충교섭을 요청하고서 우리 노조가 적극적으로 교섭에 임하겠다고 하자 두 달여 동안 아무런 대꾸도 없이 교섭을 회피하더니 급기야 상당한 액수의 돈을 주고 노무사를 고용하여 10개 기관의 교섭을 통째로 맡기는 행태를 우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그간의 경과를 살펴 보자.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9개 기관 사용자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사용자는 2009년 12월말에 일제히 우리 노조를 상대로 통일협약에 대한 보충교섭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노사관계 선진화 및 경영합리화를 바라는 다수 국민들의 변화된 인식과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 등을 반영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사용자들이 내세운 이유였으나, 통일협약은 2009년 1월에 체결된 것으로 유효기간이 아직도 1년 이상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우리 노조는 이에 대해 보충교섭의 필요성이나 취지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적극적으로 교섭에 임하겠다고 의견을 모으고, 교섭개최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을 사용자들에게 위임하겠다는 뜻을 전달하였다. 그러나 우리 노조의 4차례 공식 요청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사용자들은 두 달여 동안 교섭 개최와 관련하여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었다. 교섭을 요청한 당사자가 교섭을 회피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 노조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지난 3월 4일자로 교섭일자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교섭에 응할 것을 요청했다. 사용자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그리고는 교섭 이틀 전에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조은노무법인의 노무사에게서 ‘교섭권을 위임받았고 이제부터 자신과 교섭하면 된다’는 전화연락을 받았다. 당시 전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노무사는 기관명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이사장과 원장을 혼동하는 등 출연(연)에 대한 초보적인 이해조차 없다는 사실이었다.


보충교섭의 목적 - 단체협약 개악, 노동조합의 무력화 그리고 노동조건의 후퇴


우리 노조가 확인한 바로는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사용자들은 2009년 중반부터 모임을 갖고 통일단체협약의 개악과 노조무력화를 위해 계획을 논의하여왔다. 사용자들은 정부의 획일적 지침에 따라 조합원 가입범위, 노조활동 보장, 전임자, 인사경영 관련 사항, 각종 복지제도 등의 개악안을 작성하는 한편 일부 사용자들은 노조 가입률을 낮추기 위해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아 왔다.


사용자들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중 개악을 시도하고 노조 탈퇴를 종용해온 궁극적인 목적은 노조 무력화에 있다. 지경부 산하 기관에 대한 통합연구법인 추진, 이진아웃제도로 나타난 강제퇴출제도, 연봉제 강화, 임금피크제 도입 강제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출연(연)에 대한 구조조정을 순탄하게 밀어붙이기 위해서도 노조를 철저히 약화시켜야 하고, 노조를 탄압하는 것이 이명박 정권 아래서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을 사용자들은 이미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협약의 개악만으로도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은 현저하게 악화되는 결과를 야기하는데, 노조의 무력화는 이렇게 정부와 사용자 마음대로 구조조정을 강행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함으로써 고용과 노동조건을 더욱 후퇴시킬 것이다. 사용자가 보충교섭을 통해서 노리는 바는 바로 그것이다.

 

교섭권 위임은 노사관계 파행의 시작이다


사용자들은 단체교섭권의 위임은 법으로 보장된 것으로 하자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법이 교섭권 위임을 정한 취지가 원만한 노사관계의 형성을 위한 것이라고 할 때 이번 사용자들의 조치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40년 출연(연) 역사와 운영체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고 20여년 노사관계에 대한 경험도 없는 노무사는 단체협약의 개악을 위해 오직 노조의 양보와 후퇴만을 고집할 것이고 이로 인한 교섭의 파행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2009년 100일간의 파업투쟁이 전개됐던 노동연구원지부의 경우에도 사용자가 노무사에게 교섭권을 위임한 뒤 교섭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더욱 키웠고, 다른 사업장의 사례를 봐도 노무사에게 교섭권을 위임해서 문제가 해결 되기는 커녕 분쟁이 더욱 격화되었을 뿐이다.


게다가 사용자들은 각 기관별로 교섭 1회당 66만원을 노무사에게 지급하기로 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교섭권을 노무사에게 위임한 10개 기관이 1차례의 교섭에서 소요되는 비용만 660만원이니, 단체교섭을 10-20차례만 진행하면 1억원 안팎의 고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노사관계 파행을 조장하고 과도한 비용 낭비까지 초래하는 교섭권 위임이 철회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과 출연연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매진해야 할 때이다


지난 2년간 이명박 정권의 기만적인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으로 연구현장은 많은 고통을 당해왔다. 그리고 이진아웃제도를 포함한 개인평가제도 개악, 임금피크제, 누적식 연봉제 등 연구현장을 피폐화 시키는 잘못된 제도들을 강행하려는 정부의 지침이 이미 각 기관에 전달된 상태이다. 그러나 사용자 중 누구도 정부의 정책이 연구환경을 파괴하고 있으며 올바른 과학기술발전을 위해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사용자들은 정권에 충성 경쟁이라도 하듯 잘못된 정책을 앞장서 시행하고 있다.


단체협약이 변경되어야 할  사유가 있다면 객관적인 근거와  대안을 제시하고 노조와 구성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노조와 구성원들간의 건강한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사용자들의 도리이다. 수억원의 예산을 낭비하며 출연(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는 노무사를 앞세워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금처럼 출연(연)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할 일이 아니다.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사용자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사용자는 교섭권 위임을 즉각 철회하고 상식적인 노사관계 유지를 위해 힘써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과 출연(연) 올바른 발전을 위해 매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0. 3. 9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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