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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의 졸속적인 부처환원을 중단하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0-02-17

본문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의 졸속적인 부처환원을 중단하라.


통일부는 지난 2월 9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을 통일부 소관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통일연구원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통일부 관계자는 “외교안보연구원, 국방연구원 등 다른 국책기관들도 소관 부처에서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대북 정책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기관 특성상 통일부로 소속을 옮기는 게 낫다”고 주장하였다.

통일연구원은 1991년 통일문제에 관한 제반 사항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하여 국가의 통일정책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통일부 산하에 있다가 1999년 정부 출연기관 조직개편에 맞춰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로 이관되었다. 이는 통일연구원을 포함한 경제․인문사회 모든 연구원의 연구자율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통일연구원의 부처 환원이라는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우리 노조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첫째, 해당 구성원 및 절차적 국민적 논의가 무시된 채 밀실에서 졸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통일부의 금번 입법예고 과정은 해당 행정부처의 요구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졌다. 통상 입법예고 이후 보름 정도의 시간을 두면서 의견수렴을 해야 함에도 불과 사흘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만 보더라도 이번 부처환원 과정이 밀실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졸속 처리되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요, 아직도 종전 후 40년이 다 되도록 휴전상태이며 미, 일, 러, 중의 이해와 긴장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국의 통일정책은 전국민적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중장기적 통일정책을 다루어야 하는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연구중립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통일연구원의 기능을 ‘포괄적인 통일정책 수립’에 두지 않고 보안과 첩보 성격이 강한 ‘대북정책’정도로 인식하고 일방적으로 밀실에서 부처환원을 밀어붙이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냉전적 사고의 천박한 일면을 또다시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둘째, 일개 행정부처인 통일부가 연구회의 설립 배경과 기능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9년도에 기존 부처 소속이던 국책연구기관들을 모아서 연구회체제로 출범시킨 것은 집권정당의 입김을 벗어나 구조적인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번 통일연구원의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부처 환원 사태는 현 정부의 연구회 체제에 대한 정면 부정이라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더욱이 일설에는 현 정부가 대북관계의 기조 전환을 위해 정부 정책과 어긋나는 행태로 풍파를 일으켜온 기관장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작금의 통일연구원의 부처 환원을 밀어붙였다는 말이 있다. 이는 애초 통일정책이나 대북관계와 같은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기관의 기관장 선임시에 고려되어 선임했어야 할 문제이다. 집권정당의 특정 입장에 치우친 인사를 국책연구기관 기관장으로 선임한 과정 자체에 대한 반성과 대책 없이 아예 국책연구기관을 해당 부처로 환원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으로 우매한 행태이다.


셋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스스로 무력화를 자초하고 밀실․졸속행정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설령 국책연구기관의 구조개편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면 이를 관리, 감독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통일연구원 부처 이관의 논의에서 연구회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 노조의 부처환원에 대한 사실 확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르쇠로 일관하였을 뿐이다. 이번 부처환원 사태가 진정 연구회를 들러리로 배재시키고 일어난 일이라면 연구회는 이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세워야 한다. 그게 아니라 연구회 스스로 밀실․졸속 행정을 조장하거나 아니면 국책연구기관 하나쯤 해당부처로 떼어주고 스스로의 성벽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처리한 것이라면 우리는 연구회의 심각한 무력화 및 집권정당의 나팔수를 자초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연구회 소속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중립성 보장 없는 부처 환원 가시화와 기능조정이 또다시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통일연구원 외에 다른 출연연구기관의 부처 환원 움직임이 뚜렷하게 보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행정부처 이전 없는 국책연구기관 16개만의 세종시 이전과 관련한 출연연구기관의 구조개편 논의, 2010년 구조조정 방안 제출 등의 정세를 감안한다면 그 우려가 기우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연구기관에 대한 부처환원 등의 구조개편 방안은 지난 2008년에 한 차례 논의된 바 있다. 당시에 우리 노동조합은 국책연구기관의 발전방안과 연구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개편안에 대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논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국책연구기관이 특정집권세력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되거나 졸속적으로 처리되는 것은 궁극에는 국가적으로도 손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노조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의 졸속․밀실 부처환원 기도를 즉각 중단하고 연구 자율성과 기관경영의 독립성을 보장하라.

- 통일부는 통일정책의 중장기적 일관성과 통일연구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구성원의 요구와 국민의 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 개최 등 대안을 제시하라.

-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소속 국책연구기관의 발전방안에 대한 책임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국책연구기관 종사자의 알 권리를 존중하라.


2010년 2월 1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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