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엑스포 과학공원 재창조사업에 ‘과학’이 없다.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12-1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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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과학공원 재창조사업에 ‘과학’이 없다
1999년에 정부로부터 엑스포과학공원을 무상으로 양여받을 때 대전시는 국내 최고의 국민과학교육진흥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것은 대전 시민을 비롯한 국민들을 향한 약속이었다. 그리고 13년이 지났다. 엑스포과학공원은 재창조 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과학’, ‘과학교육 진흥’, ‘과학문화 창달’, 그 모든 것을 송두리째 포기할 기세이다.
엑스포과학공원에 대한 이른바 재창조 사업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약 8,400억원(국․시비 2,400억원, 민자 6,000억원)을 들여 2015년까지 과학공원 59만제곱미터와 둔산대공원 등 주변 지역을 새롭게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약 33만제곱미터(10만평)의 부지에 5-6천억원의 대규모 민자 유치를 통한 롯데월드 복합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전시는 주장한다. ’93엑스포 이후 활성화 마스터플랜이 7-9회 추진되었으나 기존 과학공원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공익적 개발에 한정되어 실패했다. 활성화 계획은 실행력(사업자, 재원)도 확보되지 않고 도시계획이 수반되지 않은 학술연구용역 위주라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부분적 개선안으로는 시설간 부조화와 난개발로 인하여 엑스포과학공원의 침체는 지속될 것이다. 그러므로 대전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문화, 상업, 비즈니스 등 복합기능이 가능한 토지이용계획을 세우고, 실현가능한 사업 추진전략과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결과가 바로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이다.
대전시의 이러한 진단과 처방이 모두 틀렸을 뿐만 아니라 무척 우려스럽다. 몇 번이나 연구용역을 통해 활성화방안을 만들고자 시도했다고 하지만, 그 실패의 원인은 공익적 개발에 한정되어 실패한 것이 아니라 ‘과학’을 염두에 두고 제대로 된 공익적 개발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던 탓이다. ‘과학’의 주체이며 수요자인 대전 시민들과 소통하지도 않았고, 특히 대덕특구에 종사하는 수많은 과학기술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시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7-9회의 활성화 마스터플랜이 실패했다는 사실은 도리어 ‘과학’을 중심에 둔 온전한 마스터플랜이 한번도 없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대전시는 엑스포 개최 도시의 역사성과 과학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살리려는 노력은 포기하고 대규모 상업, 위락 시설 중심의 건설작업을 하나의 처방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현실을 왜곡하거나 부풀리면서 롯데테마파크가 들어서면 지역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대전시가 제시하는 관람객 유치계획과 생산유발효과, 고용유발효과 등 장밋빛 청사진들은 충분히 검증된 수치가 아니라 사업계획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대어린 추산치일 뿐이다.
이미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시피 재창조 사업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형유통매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대전의 상황에서 초대형 유통업체의 추가 입점은 지역 중소 상인들과 유통업계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롯데재벌의 특성상 모든 수익은 지역으로 환원되지 않고 중앙으로 집중될 것이 자명하다. 교통혼잡의 문제도 제대로 된 대안이 없어 지역주민들의 고통은 피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런 분명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대전시는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가 여론을 호도하면서까지 롯데테마파크를 강행한다면 심각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 노동조합을 비롯한 과학기술계가 더욱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대전시가 과학기술계와 소통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엑스포과학공원을 정녕 과학의 이름으로 살리고 싶다면,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와 대덕연구개발특구에 40여년 가까이 자리잡고 있는 출연연구기관, 교육기관, 전문연구기관, 시민단체 등과 대전시민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대전시의 역할 아니겠는가?
대덕특구에 자리잡은 옛 롯데호텔 부지에 고층 건물 건설이 예정되고 출연연구기관 공동관리아파트의 민간매각 결정 등 대덕특구 내에서 진행되는 개발 방식이 공공성을 중심에 놓고 시민의 입장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자본의 힘을 빌리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엑스포과학공원마저 대전시의 욕심대로 추진된다면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위상이 크게 추락할 것이며, 대전시도 더 이상 과학도시임을 내세울 수 없을 것이다.
대덕특구의 과학기술자,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관련 전문가, 대전시와 뜻있는 시민들이 함께 모여 이 주제를 갖고 충분히 토론하고 결정하자. 첨단과학도시, 생태도시 대전의 꿈을 버리지 말자. 갑천, 수목원, 예술의 전당, 우성이산이 대덕특구의 연구소와 대학교, 벤처기업, 산업체들과 어우러져 대전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보자. 자본의 힘이 아니라 시민의 힘으로 엑스포과학공원을 살리자.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은 반드시 ‘과학’이 살아남도록 해야 한다.
2012. 12. 6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