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그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라!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17-0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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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문사회연구회 그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라!
지난 목요일(7/28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인사연’)는 2017년 연구기관 평가편람 설명회를 가졌다.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을 주목해보면
첫째로, 학술적 기여도를 낮추고 정책활용 및 실현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었다.
둘째로, 성과연봉제 운영의 적정성 평가요소를 삭제하였으며, 임금피크제 정착 노력과 운영효과를 살펴보겠다고 하였다.
먼저 MB 정부에서 도입된 성과연봉제의 무효화가 가장 눈에 띄면서 동시에 반갑게 느껴진다. 당시 노동조합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재부의 지침을 등에 업은 경인사연의 마름질에 경인사연 소관 연구기관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새로운 정부 출범과 더불어 과거 적폐의 상징인 성과연봉제를 덜어내려는 노력이 반영된 것 같아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경인사연 소관 연구기관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성과연봉제의 세부적 내용을 규제하고 있는 경인사연의 관련 지침(“연구회 및 소관연구기관 성과연봉제 표준지침” 2010/12 제정, 2013/12 개정)은 여전히 남아있다. 경인사연은 문재인 정부의 성과연봉제 폐지라는 큰 정책방향에 겨우 평가지표 하나 삭제한 것에 불과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여기에 더하여 평가편람에 더욱 황망한 일은 경인사연이 임금피크제 정착 노력과 운영효과를 평가지표화 한 것이다. 임금피크제가 노동조합과 소관 연구기관 구성원들의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온갖 무리수를 둬가면서 연구기관에 강압적으로 도입되었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박근혜정권의 대표적인 적폐에 해당하는 임금피크제를 평가지표화하여 그것을 정착시키고 운영효과를 평가해보겠다는 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에 합당한지, 경인사연은 과연 제 정신인지 의문이 든다. 경인사연 소관 연구기관의 경우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 효과가 전혀 없는 강제적인 임금삭감에 지나지 않는다. 경인사연은 임금피크제 관련 평가지표를 지금 당장 삭제하고, 강압적으로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즉각 폐지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번 평가편람 설명회를 계기로 경인사연은 그 존재의 이유를 다시 설명하여야 할 듯 하다. 왜 주관부처별 전문 연구기관을 국무총리실 산하로 묶었으며, 이를 지원할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추가적으로 통폐합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차분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개별 정부부처 산하에 연구기관을 존재하게 하면 정책에 근거를 제공하는 연구, 정책 집행시 필요한 논리개발 등에 국한된 연구를 수행하여 국책연구기관이 국민의 미래를 위하기보다 정부부처를 대변하는 기형적인 시스템이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막아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국무총리실 산하로 떼어내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원하려는 시도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설립하였음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평가편람에서 경인사연은 정책기여도를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정책 활용과 실현 가능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평가지표를 바꾸었으며 이는 정부부처와 협조적이지 않을 경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실제로 한 번 생각해보자. 연구활동의 결과로 연구보고서가 나왔을 때 바로 다음 해 초에 그 ‘정책 활용과 실현 가능성’을 기관평가지표를 통해서 평가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잘 알다시피, 정부 정책은 고도의 정치 행위를 바탕에 깔고 있고 해당 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여기에 정부 관료도 포함됨) 사이의 갈등과 이해관계 조정을 통하여 만들어진다. 이 과정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연구보고서에 대하여 바로 그 다음 해 초에 ‘정책활용과 실현 가능성’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결국 기관평가 때가 되면 소관 연구기관들은 관련 있는 정부 부처 관료들을 대상으로 기관평가 시 좋은 점수를 달라는 부탁이나 로비를 여러 경로를 통해서 하게 된다. 정책결정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하나일 뿐인 정부 관료들에게 독점적인 평가권을 부여하는 셈이다. 부족한 인건비와 운영비를 벌기 위하여 상당 규모의 정부 수탁과제를 할 수 밖에 없는 소관 연구기관의 처지에서는 정부 정책방향이나 내용을 비판하거나 건전한 대안발굴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셈이다. 정부 부처에 대한 예속성과 종속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 이는 앞서 국책 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원하기 위해 탄생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뒤엎는 것임을 자각하기를 희망한다.
경인사연은 소관 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고 소관 연구기관 모두가 정부 부처나 관료 중심의 생각을 넘어서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평가지표들을 전면 재구성하여야 할 것이다. 소관 연구기관의 연구활동과 기관운영 관련 평가지표의 전면 재구성 작업에 노동조합은 언제든 참여하고 협의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둔다.
4대강 사업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었다는 이유만으로 연구자의 올바른 목소리를 묵살하였던 과거 적폐를 되풀이하지 않기 희망하며, 촛불시민의 힘으로 등장한 새로운 정부에서 경인사연이 구태를 벗고 제 구실을 하는 기구로 거듭나기를 충심으로 바라면서....
2017. 8. 2.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연구기관 노동조합 지부장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