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대 임원 취임 기자 회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제대로 추진하고 출연연 연구자율성을 강화하겠습니다
작성자 | 이경진 | 작성일 | 18-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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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제7대 임원 취임 기자 회견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제대로 추진하고
출연연 연구자율성을 강화하겠습니다.
지난 3월 1일부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7대 임원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2007년 3월 27일 옛 과기노조와 연구전문노조가 통합하여 출범한 이래 우리 노동조합은 공공연구기관의 사회적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하고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공공연구기관의 지배구조를 민주적으로 개편하고 예산, 인력 운영 시스템 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싸웠습니다. 연구현장의 의견을 모아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국회와 정부에 제안하고 관철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실천을 이어 왔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집권했던 9년여 동안에는 연구현장의 요구를 무시한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며 잘못된 정책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는 공공연구기관의 지배구조를 비민주적이고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무리한 통폐합이나 민영화 추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연구 자율성을 훼손하였고, 비정상을 정상화한다며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등을 강요하여 연구환경을 황폐화시켰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정부의 폭거에 저항하는 노동조합을 강도 높게 탄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공공연구기관의 운영체제와 연구환경은 더욱 퇴보했고, 공공연구노동자의 자긍심도 땅에 떨어졌습니다.
공공연구기관 노동자가 촛불을 들고 거리와 광장으로 달려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뒤틀리고 망가지고 심각한 상처를 입은 공공연구현장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정권의 탄생을 간절히 원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참으로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정책과 국가과학기술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비정규직 제로(?) - 정규직 전환 추진 재검토 필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해 7월에 시작하여 12월까지 끝내겠다고 했던 계획은 올해 3월로 연기되었습니다. 이마저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3월에 끝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일정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실질적인 전환 대상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거나 이로 인해 실제 정규직 전환률이 현저히 낮은 기관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경우 작년 8월에 전환 심의위원회를 개최한 이후 현재까지 회의를 전혀 개최하지 않았고 앞으로의 계획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는 행태입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425명 중 225명을 전환 대상으로 확정해 전환률이 53%에 그치고 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190여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최소 80여명 등 여러 출연연이 연수연구원을 전환 검토 대상에서 원천 배제했습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질 수행 업무를 놓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직명이 연수연구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수의 비정규직을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원장 비서 등 상시지속적 업무 수행자를 사용자 임의로 제외시켜 국회에서 지적했지만 무시하고 있습니다.
2010년에 정부의 강력한 정책에 따라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채용한 100여명의 기업지원연구직도 과기부와 연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KAIST 700여명을 포함해 4개 특성화 대학에서 1500여명에 이르는 수탁과제 참여 인력도 정규직 전환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대학운영을 위해 과제 수탁은 필수적이지만 정부와 사용자가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출연연은 수탁과제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대부분 사용자가 기관고유사업 참여 인력에 대해서만 전환을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간접고용 노동자 전환 상황도 심각합니다. 정부가 통제하지 않아 남용되었던 파견 노동자 다수가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어 무자비하게 해고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진흥법, 중소기업육성법 등 실제 관련이 없는 법률을 이유로 전산 관리 등에 종사하는 용역 노동자를 제외시키고 있기도 합니다.
전반적인 정규직 전환 상황이 대통령이 약속하고 정부가 의도했던 정책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한다면 공공연구기관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더 복잡해지고 많은 상처를 남기게 될 것입니다.
저희 7대 임원은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가능하면 빨리 정부와 만나려고 합니다. 실질 수행 업무를 고려하지 않고 연수연구원을 일괄 제외한 지침을 수정하고, 특성화대학 수탁과제 참여 인력의 전환과 인건비 제도 개선 등 정부가 나서서 풀어야 할 숙제를 논의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이번에 전환되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하여 3월 이후 2단계 추가 전환을 적극 제안할 것입니다. 정규직 전환에 대한 사용자의 소극적이고 악의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 출연연 숙원 과제 연구목적기관 지정 큰 성과 – 독립성과 자율성 확대하려면 실질적 법과 제도 뒷받침해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연구목적기관으로 지정해 정부의 획일적인 지침과 평가로부터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낸 것은 큰 성과입니다. 이번 법률 개정이 형식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출연연의 자유로운 연구환경과 독립적인 기관운영으로 귀결되려면 정책, 예산, 인력운영 등에서 안정적인 지원과 자율과 책임을 수반하는 제도 변화가 뒤따라야 합니다.
지난 1월 말 과기정통부 혁신본부가 발표한 출연연 발전방안과 함께 출연연의 연구목적기관 지정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주요 정책, 예산과 기관 운영에 대한 결정 권한과 책임을 연구현장에 돌려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부와 관료가 독점하고 주도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회)를 연구원 평의회 제도와 같은 수평적인 조직 도입을 통해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합니다.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과감히 폐지하고 안정적인 인건비를 지원해야 합니다. 성과주의에 기반한 기관과 개인 평가제도를 개선하고, 기관장 선출에 구성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합니다. 비정규직 사용을 최소화하고 우수한 인력의 유입과 유지를 위해 인력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물론, 출연연 스스로도 유연하고 열려 있는 조직운영에 대한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생존을 위한 예산 확보에만 집중해 다른 연구기관, 연구원과 경쟁에서 이기려고만 하는 태도는 버리고 공공연구기관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저희 7대 임원은 연구목적기관 선정과 출연연 발전방안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우리 노동조합이 축적해온 정책을 재확인하고 그것을 조속히 정부와 국회에 제안할 것입니다.
■ 연구현장 활기를 되찾기 위하여 시급한 과제(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 폐지, 정년 환원, 복지제도 원상 회복)
앞서 밝힌 것처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공공연구기관은 혁신의 대상이었고, 비정상적인 집단으로 낙인 찍혔습니다. 연구개발의 특성은 전혀 인정받지 못한 채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 등 나쁜 제도만을 강요당했습니다. 이러한 제도 도입은 우리가 경고했던 것처럼 연구현장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정년 환원 요구는 우수연구원 정년 연장 제도로 왜곡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수한 연구인력 유입을 위한 각종 복지제도는 대부분 폐지되거나 개악되었습니다.
저희 7대 임원은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를 연내에 폐지할 수 있도록 강력히 추진하겠습니다. 실질적인 정년 환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폐지되거나 개악된 복지제도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 사용자와 협상할 것입니다.
■ 연구관리전문기관 통합, 지방이전 기관 정주여건 개선 등 주요 현안 대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관리전문기관 통합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할 것입니다. 전문성과 기능 강화를 위해 부처별 기능 조정과 유관 분야별 연계·협력 강화, 기획평가비 기관별 단일화 등을 골자로 하는 기본 원칙이 잘 지켜지도록 해당 기관 종사자들과 함께 대응할 것입니다.
전국 혁신도시에 이전한 공공기관 노동자의 정주여건도 적극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중앙과 지방정부, 기관 사용자와 협의 체계를 강화해 혁신도시 개발 목적에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 종사자와 가족이 혁신도시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테크노파크, 전문생산기술연구소 등 지역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관들은 위상도 불분명하고 정부의 공공기관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어 문제도 많이 일어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고래싸움에 난처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를 바로 잡기위해 정부출연연 수준의 출연금 지원과 제대로 된 감독기능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저희 7대 임원은 해외 모범 사례 학습을 통해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을 발굴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우리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조합원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 진보정당, 협동조합, 시민단체 참여와 활동을 높이고 지역 사회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체험 활동을 배치할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단기간에 이루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현장에 기반한 좋은 정책을 만들겠다는 자신감은 넘칠지라도 정부와 사용자들과 협상하고 설득하여 그것을 관철하는 것은 어느 정도 난관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1만명 조합원과 함께 끈기있게 노력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단호하게 투쟁하겠습니다. 정부와 국회, 사용자들이 이해하고 협조하여 주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언론 노동자들의 활발한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2018년 3월 5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