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정부는 감염병 대응 연구를 일원화하라!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6-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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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정부는 감염병 대응 연구를 일원화하라!
- 바이러스는 원천연구와 응용연구를 구분하지 않는다. -
지난 6월 3일 개최된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지원단’ 3차 회의에서, 정부는 치료제와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하여 확보하고, 중장기적인 감염병 연구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의에서 중장기적인 연구기반 강화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설립하여 감염병 연구개발의 컨트롤타워로 삼고, 바이러스 분야 기초·원천연구의 강화를 위하여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방안은 수많은 반발에 부딪혀 대통령이 나서서 백지화시키는 상황을 맞았다. 결국 6월 15일과 16일 연달아 열린 당정협의회와 국무회의를 통하여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질병관리청 소속 기관으로,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출연연으로 하기로 일단 마무리했다.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재난관리 주관기관이고, 소속 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는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기관이다.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는 곧 감염병의 감염기작을 규명하고, 그를 바탕으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며,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갖추는 것이다. 이들은 하나의 긴밀한 체계 아래 전주기적으로 관리할 때에 효율적·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이번 질병관리청과 산하 연구기관의 구성은 그를 위한 행정체계를 갖추는 작업이다.
이렇게 역량을 모아 감염병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는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원천기술’은 과기부의 영역이라며 따로 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기 전에는 과기부에서, 감염된 후에는 질병관리청에서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개발하고 응용한다는 기본적인 연구개발 과정을 무시한 것이고, 감염병 대응을 질병관리청에서 일원화한다는 원칙에도 어긋나며,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조직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상식과도 맞지 않는다.
부처들이 정부연구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사업목표 실현을 위하여 지혜를 모아 협력하기보다는 해당 부처가 관리할 영역만을 확보하려는 억지나 꼼수를 부리는 일이 자주 있다. 그 결과 지금도 많은 연구개발사업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물며 연구소를 나누어 설립한다면, 컨트롤타워 기능의 혼재와 부처 간 역할 중복의 폐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리 없다.
우리는 제대로 된 연구체계를 무시하는 부처별 연구소 설립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아울러 질본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설립하는 계획에 대해서도 진지한 검토가 필요함을 제언한다. 아무리 급하다 하여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바느질할 수 없듯이, 코로나19 대응이 시급하다고 연구소를 당장 세우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다. 전문가들 의견 중에는 질본 승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자체 일선 보건소와 연결된 방역체계를 더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감염병이나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은 어차피 장기적인 사업이으로 좀 더 준비에 시간과 노력을 쏟은 후에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충분히 일리있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의 대처를 보면 너무 서두르고 있다. 상투적이고 편의적인 대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단기간이 아니라 중장기 연구기반 조성을 위해 설립하는 것이라면 관련 연구 현장과 충분히 소통하고 차분히 검토하여 설립과 운영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바이러스 연구의 중장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는 청와대와 부처는 이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0년 6월 22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